제자훈련이 성경적 목회철학인 이유는 예수께서 그의 공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역의 모델과 사도 바울이 쓴 목회에 대한 가르침에 기인한다. 그리고 우리는 제자훈련 목회가 어떠한 목회환경에서도 접목 가능하다는 것을 통해 제자훈련이 성경적 목회철학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디사이플> 현장 이야기는 그동안 제자훈련이 성경적 목회철학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수많은 사례를 소개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무리 강조해도, 여전히 ‘제자훈련은 서울 강남에 있는 사랑의교회와 같이, 대도시에 사는 고학력을 가진 성도들에게나 접목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는 것 같다.
제자훈련에 대한 이런 오해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직접 해봤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강력접착제마냥, 갖다 쓰면 바로 효과를 보는 프로그램인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교회와 같은 환경에서는 제자훈련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제자훈련이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엄청난 수고, 그리고 수많은 눈물이 함께해야 한다.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를 수료한다고 해서 제자훈련에 통달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제자훈련 교재를 가지고 성경공부를 인도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변화되는 것도 아니다.
제자훈련이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귀납법에 대한 이해와 소그룹 인도법, 그리고 리더십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제자훈련이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그만큼 그 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의 철저한 준비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호 <디사이플> 현장이야기는 이처럼 제자훈련을 통해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도 한국 목회자가 아닌 일본 목회자들의 이야기이다. 일본 관동(동경, 요코하마) 지역에서 사역하는 10여 명의 목회자들로 구성된 제자훈련 준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세 명의 일본 목회자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사실 목회환경만 놓고 봐도, 일본 교회는 한국 교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데, 이들 10여 명의 목회자들은 제자훈련이 척박한 황무지와 같은 일본 교회를 옥토로 바꿔놓을 수 있으리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지난 3년 동안 매 주마다 함께 모여 제자훈련 목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이처럼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이유는, 아직 CAL세미나조차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의 열매를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교회가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이들은 제자훈련이 일본 교회의 목회환경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직 제자훈련만이 일본 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철저히 제자훈련 목회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 목회자 세 사람의 지난 3년간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제자훈련으로 새로운 목회의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야마노우에장로교회 후쿠다 마코토 목사 이야기

일본장로교단에서 총회장을 지낸 경력을 가진 후쿠다 마코토 목사는 제자훈련 준비 모임에서 유일하게 CAL세미나를 다녀온 목회자다. 먼저 CAL세미나를 다녀온 선배 목회자의 권유로 70기 CAL세미나를 다녀온 후쿠다 목사는 옥한흠 목사의 광인론을 통해 큰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옥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미쳐야 한다’는 이야기에 저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리고 일본 교회가 그동안 이렇게 힘이 없었던 이유가 어디 있는가를 알게 됐습니다. 하나님 앞에 헌신하고 사역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미칠 정도로 사역을 하고 있지는 않았거든요. 제자훈련에 미쳐야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옥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렇다! 제자훈련이든 무엇이든 미치도록 그 일에 집중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제자훈련 사역에 미쳐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50년된 전통 교회인 야마노우에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후쿠다 목사는 CAL세미나에서 돌아오자마자 성도들에게 제자훈련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사역을 실시하기 위해 함께 준비하자고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부탁했다.
후쿠다 목사는 매 주마다 한 시간씩 장로들과 함께 만나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그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1년 동안 제자훈련 목회철학에 대해 장로들과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후쿠다 목사는 서서히 장로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의 마지막 챕터를 마치는 순간, 장로들 스스로 ‘우리가 제자훈련의 1기생이 되겠다’고 결단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때 정말 매우 감격적이었습니다. 순간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가 강요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스스로 깨닫고 발견해서 변화를 결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바로 제자훈련에서 말하는 귀납법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후쿠다 목사가 이처럼 50년 된 전통적인 교회에서 성공적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자훈련 준비 모임을 통해 어떻게 제자훈련을 접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자훈련 준비 모임은 저 자신에게나 교회에게나 제자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실제적인 준비를 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제자훈련 준비 모임에 와서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교회에 돌아와서 장로님들과 함께 다시 나눔으로써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제자훈련 준비기간을 거친 후쿠다 목사는 2008년에 여자반 1반과 남자반 1반을 대상으로  1기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남자반은 장로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여자반은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제자훈련의 열매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남자들은 주로 가치관과 신앙에 대한 태도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가령, 훈련생 중에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식으로 장례식을 거행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는데, 제자훈련을 마치면서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고백하고 철저히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나타내겠다고 결단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장로임에도 불구하고 복음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거나 막연했던 이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복음에 대한 확실한 체계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남자들과는 조금 다르게 제자훈련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여자 훈련생들은 주로 전도에 대해 민감해지고, 전도를 열심히 하는 식으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마친 훈련생 중에 전도 소그룹을 인도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제 아내가 1기 훈련생이었는데, 훈련을 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사 부인이면서도 전도를 안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가장 전도를 잘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온 교회가 제자훈련에 대한 기대로 한창 부풀어 있을 무렵, 야마노우에장로교회에 폭풍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미국 뉴욕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쿠다 목사가 동경 중심지에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2008년 말로 교회를 사임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선언으로 인해 교회는 커다란 폭풍 속으로 빠져들었다.
“뉴욕에 있는 저희 교단과 연결된 미국장로교단 소속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 교회에서 동경 중심지에 교회를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마음속에 불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로 저에게 그 교회를 개척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저의 결정은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 개척에 대한 제 마음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로들의 반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려면 왜 제자훈련은 시작했느냐며 장로님들이 따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자훈련으로 우리 교회가 새롭게 되어 더 건강한 교회로 변화될 수 있게 된 것과 제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교회는 교회대로, 후쿠다 목사는 후쿠다 목사대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서 결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결국 그 둘은 서로에게 좋은 방향을 찾았다.
“기간을 정해놓고 후임자를 찾는 광고를 내기로 했습니다. 단, 조건이 있는데 부임해서 제자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목회자이어야 했어요. 그런데 마치 하나님께서 준비해놓으셨다는 것처럼 저와 교회가 모두 만족할 만한 목회자가 지원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사임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후쿠다 목사를 아는 사람들은 후쿠다 목사가 얼마나 대단한 결정을 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사실 후쿠다 목사는 야마노우에교회 담임목사로 계속 있을 경우 경제적인 안정과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쿠다 목사가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와 제자훈련 준비 모임에 참석한 다른 목회자들이 교회에서 받는 사례의 차이를 우리 식으로 비교하면, 대형 교회 담임목사와 농어촌 교회 담임목사가 받는 사례의 차이 정도이다.
“그래서 사실 제가 교회 개척을 위해 야마노우에교회를 사임한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 바로 제 아내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저의 결정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지만요.”
그렇다면 도대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기득권과 좋은 조건들을 포기하면서까지 후쿠다 목사가 개척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동경 중심지역의 영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건강한 교회가 전무한 상황이지요. 그래서 저 역시 그 지역에 건강한 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곳에 교회를 개척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하나님께서 제게 제자훈련 목회를 알게 하신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야마노우에교회를 통해 제자훈련의 힘을 직접 체험하게 하셨지요. 50년 된 전통 교회였던 야마노우에교회를 바꿔놓은 제자훈련이라면 동경 중심부에 교회를 개척해도 충분히 건강한 교회로 세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사실 후쿠다 목사는 40세가 되었을 때, 하나님께 남몰래 서원한 것이 하나 있었다. 평생에 한 교회 정도는 꼭 자신이 개척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뉴욕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자신이 나이를 더 먹으면 언제 그 서원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서원한 것을 갚고 싶은 마음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후쿠다 목사의 고백이다. 어쨌든 후쿠다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야마노우에교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통해 제자훈련을 받고 아름답게 변화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있고, 또 저처럼 제자훈련을 계속 실시할 좋은 목회자가 저의 뒤를 이어 부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야마노우에교회가 정말 건강한 교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 믿음은 제자훈련 사역에 대한 확신이기도 합니다...

* 더 많은 내용은 <디사이플> 2009년 1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