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회는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인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인도하는 힘과, 조절하는 과정, 그리고 이끌어 가는 확신이 작용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알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교회 내 사역의 모든 면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한 교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교회가 무엇에 의해서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자탕교회로 잘 알려진 서울 상계동에 소재한 서울광염교회(담임: 조현삼 목사, 이하 광염교회)는 사무직원이나 관리직원이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 낮 예배 출석 인원이 1천 7백 명이 넘는다. 재해가 일어난 곳이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기독교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 내에서 전도와 구제에 있어 가장 활동이 왕성하기로 소문 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직원 한 명 없는 교회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광염교회가 마음(spirit)으로 움직이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기관이 아니라 운동체이다. 교회는 프로그램이나 방법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이는 유기체인 것이다. 따라서 광염교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염교회를 움직이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1.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라

 광염교회 본당은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강대상 위 천정 부분이 다른 천정에 비해 깊숙이 파여져 높게 만들어진 것이다. 5층짜리 상가 건물의 3층에 자리한 광염교회 본당은 웬만한 사람이 서서 손을 올리면 닿을 정도로 천정이 낮아, 설교를 마치고 축도를 하려고 하면 천정에 손이 닿는다. 그래서 조현삼 목사는 축도를 할 때 늘 손을 위가 아니라 앞으로 내민다. 그런데 외부 강사라도 모실 경우, 이런 교회의 사정을 몰라 손을 위로 올려 천정이 닿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일부러 강대상 부분의 천정을 파놓은 것이다.
 사실 광염교회의 본당은 1천 7백여 명에 이르는 주일 낮 예배 출석 인원수를 감안할 때, 턱없이 좁은 편이다. 70평 남짓 되는 본당은 한번에 3백여 명 정도가 들어차면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예배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깨를 따닥따닥 맞대고 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 때문에 주일 낮 예배도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6부로 나누어 드리고 있으며, 주일이면 본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일렬로 줄을 지은 성도들로 인해 진풍경이 펼쳐진다. 예배를 위해 본당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10여 분의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지만, 광염교회 성도들은 이제 서서 기다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한다.
 공간이 너무 협소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현삼 목사의 대답은 예상외다. 비록 절대적인 공간은 좁은 것이 사실일지 모르지만, 인구 밀도를 따진다면 다른 성장하고 부흥하고 있는 교회에 비해 결코 좁은 편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짜 불편할 정도로 좁았다면, 사람들이 오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조 목사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광염교회는 새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에 등록한 새가족이 6백여 명, 매주 20명에서 25명꼴로 새가족이 등록한 셈이다.
 조 목사가 개척할 당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땅은 샀느냐?”였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조 목사는 “그냥 어쩌다 보니, 아직 못 샀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 목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건물보다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있었고, 개척 초기부터 사람을 세우는 데 온통 관심과 열정을 쏟았다. 사실 개척 교회에서는 예배 처소를 마련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교회의 성장이나 부흥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비좁은 상가 건물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광염교회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다. 결국 조 목사의 바람대로 된 셈이다. 광염교회는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사람을 세우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조 목사가 ‘한 사람 철학’을 갖게 된 것은 1992년에 15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를 참석한 후부터다. 조 목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옥한흠 목사님의 ‘한 사람’에 대한 철학은 저의 목회인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세미나를 통해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 목회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자훈련이 옥 목사님 개인이 만들어 낸 이론이라거나, 한때 유행하는 목회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했다면, 저는 결코 제자훈련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세미나를 통해 ‘한 사람’ 철학이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확신했기에 사람을 세우는 사역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 목사의 확신은 개척 후 성지순례를 하면서 유럽의 텅 빈 교회들을 목격한 이후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건물을 자랑하던 성당과 교회가 이제는 한낱 관광 코스의 하나로 전락한 것을 보고, 조 목사는 더욱더 ...

* 더 많은 내용은 <디사이플> 2004년 9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