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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성도

목회의 기억 첫 번째 서랍에 간직된 평신도 동역자들

2019년 02월 정연철 목사_ 삼양교회


나는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가르침 아래서 1996년 제2기 훈련생으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와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하는 2년 동안 배운 대로 응용하고 적용해 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제자훈련 1기생 중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 권사님은 목회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 교회의 충성된 종으로 섬겨 주셨다.


교회와 고락을 함께 나눈 평신도 동역자의 유언

이 권사님은 얼마 전 췌장암으로 소천하셨다. 지병이 있으셨던 권사님께서 임종을 앞두고 급하게 나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랜 시간 투병해 오던 권사님께서 생을 마감하시기 전에 유언을 하는 자리에 나를 부른 것이다. 자리에는 남편과 두 아들, 자부와 손녀 둘, 가까운 권사님이 함께했다.

권사님이 먼저 남편에게 유언했다. “여보, 당신을 만난 지도 벌써 35년이나 됐어요. 제가 당신과 결혼할 때 친정아버지 같은 훌륭한 장로님으로 세우는 것이 저의 꿈이었어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신앙생활 하나만은 잘해 주기를 기대하고 기도해 왔어요. 하지만 당신은 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어느덧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이제 저는 당신 곁을 떠나 천국으로 갑니다. 세상에 있는 그 무엇보다도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죽음도 이기지 못하는 천국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고, 힘이 들었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려 주시는 예수님이 당신과 함께하신다면 세상에서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천국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윽고 큰아들을 향해 두 번째 유언을 했다. “아들아, 이제 엄마가 떠나면 너희 아버지가 혼자 남으니, 아버지의 친구가 돼 드리렴, 그리고 예수님 잘 믿어야 돼.” 그리고 이어 며느리에게 유언을 했다. “아가야! 이 시어미가 네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가는 것 같구나. 너희 시아버지 잘 모시고 남편 잘 섬기고, 두 딸 신앙으로 잘 키워 주길 바란다.”

막내아들을 향해서는 “아들! 엄마가 너를 결혼시키지도 못하고 먼저 가서 미안해. 신앙이 좋은 여자 만나 믿음의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구나. 너 엄마랑 약속할 수 있지?” 그리고 옆에 있던 권사님에게 “친구야! 그동안 참 고마웠어. 지금까지 신앙 안에서 서로 도와주며 함께 교회를 섬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마지막까지 외친 그리스도의 제자도

그리고 내게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기셨다. “목사님, 제게 손 좀 주세요, 목사님! 남편을 만난 지는 35년이 됐는데 목사님을 알게 된 지도 어언 34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수없는 고비와 어려움 가운데서도 목사님과 함께하시는 예수님이 계셨기에 잘 이겨 낼 수 있었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목사님이 은퇴하실 때가 몇 해 남지 않았는데 은퇴하실 때까지 옆에서 섬기지 못하고 천국에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목사님! 꼭 천국에서 봬요.”

이때 내 머릿속에는 지옥에 간 부자 바리새인의 하소연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부모와 친척에게 가서 절대 이 지옥에 오지 않도록 전해 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예수님이 얼마나 귀하고 크시기에 세상에 남길 것이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라고 고백하는 이 권사님의 큰 믿음을 봤기 때문이다.

목회라는 명목으로 세상의 방식으로 주저할 때도 많았던 내게 이 권사님의 유언은 다시금 말씀으로 돌이키게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권사님께서 성도들의 귀감이 돼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충성되게 섬기고, 내 목회와 삼양교회에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주님의 말씀, 곧 그리스도의 제자도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가운데 있는 교회란 주님의 십자가의 사랑으로 세워져 가는 것이지, 스스로를 완전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불완전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교회가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회는 말씀과 기도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열매 맺기까지는 스스로 교회라 말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해와 좌절, 시기와 분열에서 주님의 사랑으로 하나 된 교회 공동체가 이뤄지도록 봉사하신 권사님의 삶이 곧 목회였으며, 내게는 배움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와 가정을 위한 충성된 일꾼

또 한 분이 기억에 뚜렷이 남는다. 그분은 남편과 이혼할 마음을 가지고 이웃 교회에서 삼양교회로 등록하셨다. 교회 등록 후 제자훈련을 받던 어느 날 갑자기 수업 중에 15명 훈련생 앞에서 책을 덮고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제가 죄인입니다. 지금까지 결혼 생활이 끝난 것에 대해 남편을 원망하고 남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이 문제의 모든 원인이 제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라며 통회자복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제자훈련을 받던 분들이 너나 할 것없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회개의 역사가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후 집사님은 제자훈련 수료 후 사랑방 순장, 교구장을 거쳐 여전도회연합회 회장으로 충성스럽게 섬기셨다. 그리고 신학교에 입학해 교회에서 여전도사님으로서 열심히 섬기셨다.

그 전도사님은 우리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를 섬기게 됐는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 어떻게 이렇게 교인을 잘 훈련시키셨습니까? 저희 교회에 귀한 전도사님을 보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처럼 집사님은 그 교회 담임목사님과 성도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충성된 일꾼이 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시골에서 치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전도사님은 교회 사역을 정리하고, 시골에 있는 자신의 시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남편과 시어머니가 사는 시골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삶으로 드러낸 제자훈련의 본질

제자훈련의 본질이 무엇일까? 물론 말씀으로 제자 삼는 것이다. 시어머니 한 영혼을 위해서 사역지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시골로 내려가는 집사님의 모습에서 나는 참된 제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분에게 있어 삶의 선택은 자신의 이기적인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정 역시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세워진 교회라고 하는 신앙의 발로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제자라고 말은 하지만 가정의 영육의 시련을 겪으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고 포용하기보다는, 세상의 방식으로 정죄하고 은폐시키는 데 익숙해져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아가 주위의 힘들고 고통받는 가족이나 성도들을 교회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세상 조직체 차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단지 신앙의 형식에 치닫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38년 동안 삼양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이분들의 섬김의 족적을 보면 신앙이 무엇인지, 제자가 무엇인지, 나아가 교회 공동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 목회는 언제나 시작일 뿐이라고 고백하며, 제자도 앞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하나님 앞에서 이런 분들로 인해 돌이킴의 은혜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지금도 제자훈련을 하면서 훈련생들과 앞의 두 분의 헌신과 섬김의 삶을 나누고 제자가 된다는 것이 진정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 본다. 이보다 더 많은 참된 제자의 사례들이 제자훈련을 하시는 목사님들에게 있을 줄로 안다.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후배 목사님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얼마나 많이 훈련을 받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료했으며, 교회가 제자훈련으로 어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일지라도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로서 말씀을 삶 가운데 적용해 나갈 때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의 사역 현장에 이와 같은 예수님의 참된 제자들이 더 많이 나타나기를 기도하고, 그 일을 위해 언제나 도전받고 달려가는 우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축복한다.



정연철 목사는 경성대학교 교육대학원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휴스턴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교회갱신협의회 이사, 양산 삼양교회 담임목사, 경남 CAL-NET 대표로 섬기고 있다.



Vol.232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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